지난 몇십 년간 관리자본주의에서 시장(금융)자본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경제발전이 근로자와 대중의 삶의 질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전통적인 믿음이 사라졌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본권력이 대의민주주의적 절차에 의해 대중의 위임을 받은 정치권력을 누르고 국가사회의 어젠더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은 골드먼삭스를 가버먼트삭스(government socks)라 부르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은 겉으로는 완전한 민주주의체제인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권력이, 자본이 제공하는 정치자금과 인력풀로부터 대단히 자유롭지 못한 나라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의 금융위기인데, 2000년 이후 2010년까지 10년간 미국민의 개인소득은 증가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GDP는 19퍼센트나 증가했습니다. 그럼 늘어난 19퍼센트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이것이 위기의 핵심이입니다.
신자유주의의 번성으로 지난 수십 년간 자본은 점점 비대해졌지만, 편중된 자본축적은 도리어 찬양되었습니다. 시장주의는 기본적으로 ‘상대적 욕망’을 찬양하고 부추김으로써 부를 축적하는 과정보다는 결과물인 부의 크기를 경배하는 천민자본주의가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옆집에서 사람이 굶어죽는데도 만석꾼의 창고에서는 쌀이 썩어나가는 세상을 만들어 냈고, 이러한 자기파괴적인 시스템은 현대 시장자본주의의 가장 큰 숙제가 되었습니다.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간다면 만석꾼의 창고는 약탈을 피할 수 없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문제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마차가 절벽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장은 떨어지지 않을 테니 말을 멈추거나 방향을 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사고방식입니다.우리는 역사의 배경이 될 수는 없습니다.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우리 공동체를 지키고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가치를 공유하며 공감과 연대의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박경철 / 경제포커스 / 2011]